SOLID MAZE 견고한 미로
2026.11.03 ~ 2026.11.21
피오트르 즈비에르스키

전시 작가:

피오트르 즈비에르스키 (Piotr Zbierski)

전시 기획:

빅토리아 미하우키에비치 박사 (Dr. Wiktoria Michałkiewicz), 석재현

 

 

서울 전시:

스페이스22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운영 기간:

2026.11.03. - 11.21

 

11:00 ~ 18:00 매주 일요일,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전시 오프닝:

2026.11.07. 16:00

후 원:

주한폴란드대사관, 주한폴란드문화원








Inside the Maze

 

견고한 미로>는 기억과 시간, 그리고 감정에 대한 하나의 사진적 명상이다. 

피오트르 즈비에르스키는 동명의 사진집에 수록된 글에서 시간을 끊임없이 증축되고 확장되는 집, 하나의 장소에 비유한다. 

그가 말하는 시간은 하나로 이어져 있지 않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서로 다른 층위와 간격을 지닌 채 존재한다. 

전시장 안을 가로지르는 검은 선은 그렇게 *아리아드네의 실이되어 시각적인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며, 공간에 리듬과 호흡, 그리고 맥박을 부여한다.

 

그러나 즈비에르스키에게 사진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대상을 기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가 발견하는 사진의 가능성은 '경험'에 있으며,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깨닫고, 드러내며, 흔적으로 남기는 힘에 있다. 

그가 머무는 미로는 빛과 그림자 사이를, 더 정확히는 존재와 부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진자와도 같다. 

견고한 미로> 속 시간의 방들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우리 역시 이러한 긴장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는 하나의 명확한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각자의 길을 따라 나아가며 관계를 맺는다. 

어떤 이미지는 미학적으로, 어떤 이미지는 감정적으로, 또 어떤 이미지는 오직 직관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견고환 미로>는 순수한 아카이브도, 개인의 일기도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두 가지의 성격을 모두 품고 있다. 

한편으로는 20여 년에 걸쳐 축적된 사진들, 수백 장의 네거티브와 콘택트 시트,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발견되어 새롭게 해석된 이미지들 위에 구축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하나의 범주로 규정할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이 책은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직관으로 깊이 채워진 매우 개인적인 기록이다. 이 공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작가의 세계와 동시에 자신의 기억 속으로도 들어가게 된다. 

관람자는 결국 이 사진들을 바라보며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

 

즈비에르스키의 작업은 수많은 갈래와 오솔길, 그리고 빈터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간이다. 

시간과 감정의 여러 층위가 교차하는 미로이자, 관람자가 그 안에 직접 머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 짓거나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순간 속에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열어 두며, 관람자를 경험과 감정의 세계로 이끈다. 

마치 쉽게 깨어나고 싶지 않은 한 편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Kuba Szkudlarek

쿠바 슈쿠들라레크

- 2025년 아를 사진 축제 견고한 미로> 큐레이터

 

*그리스 신화에서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건넨 실. 복잡한 세계를 통과하도록 이끄는 길잡이이자, 기억과 서사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된다.


작 가 노 트


사진은 처음부터 내게 매우 개인적이고 내밀한 과정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순간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층위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나는 직관에 이끌려 사진을 선택했다. 아마도 사진이 삶과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매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내가 사진에 헌신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감각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이어주고 소통하게 하는 사진만의 특별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돌이켜보면 나의 사진은 언제나 감정의 진동과 직관에서 출발해 왔다. 

나에게 사진은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람과 장소의 개인적인 만남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내면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투영이다. 

사진은 기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분명 시각에 의존하지만, 동시에 그보다 더 근원적인 감각인 촉각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사진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사진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시간이 흐른 뒤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경험은 서로 이어져 있으며, 

사진은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품고 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나의 사진 언어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장소와 시간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어떤 본질을 찾아가는 일이다.

 

나에게 시간은 하나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끊임없이 증축되고 새롭게 확장되는 집과도 같다. 

시간과 기억은 그 안에서 새롭게 열리거나 발견되는 방처럼 생생하게 다가왔고, 

그 방들은 저마다 섬세한 구조와 연약한 벽을 지닌 채 어느새 나만의 미로를 이루었다. 

나는 그 미로의 복도를 따라 나 자신은 물론, 관람자 또한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견고한 미로> 작업은 팬데믹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동안 여행을 멈추어야했고, 그전까지는 몇 년 동안 쉼 없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공개하지 않았던 이미지와 근래의 작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아카이브를 다시 들여다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이번 책에는 처음으로 글을 함께 실었다. 그 글은 편지처럼 써 내려간 개인적인 메모이자, 내게 중요한 순간들을 이해하기 위한 맥락이며, 내가 만들어낸 미로 같은 공간을 따라가도록 이끄는 *아리아드네의 실이기도 하다.

 

내가 바랐던 것은 이야기와 경험 사이를 잇는 하나의 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우고, 편집되지 않은 사진들을 바라볼 때마다 늘 느껴왔던 그 고유한 아우라를 다시 불러오고 싶었다.

 

Piotr Zbierski

피오트르 즈비에르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