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이정으로 읽는, 한옥》에는 《주역》 건괘(乾卦)의 첫 구절인 건(乾) 원형이정(元亨利貞)
(건은 원하고 형하고 이롭고 바르다)
에서 비롯된 ‘원형이정(元亨利貞)’의 개념이 담겨 있다. 이는 하늘의 덕과 만물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네 가지 원리로, 유학에서는 인간 삶의 과정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원(元) : 뜻을 세우고 시작하는 단계
형(亨) : 성장하고 펼치는 단계
이(利) : 더불어 결실을 맺는 단계
정(貞) : 원칙을 지키며 완성하는 단계
원형이정은 시작과 성장, 결실과 완성이라는 생성과 순환의 질서를 뜻한다. 이 원리는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한옥의 공간 구조와 생활방식 속에 깊이 스며 있다. 한옥에 적용하게 되면
원(元)은 터를 읽어 집을 앉히는 지혜이며,
형(亨)은 대청과 마루를 통해 사람과 관계를 잇는 공간이다.
이(利)는 안채와 부엌, 곳간에서 삶을 유지하고 풍요를 나누는 과정이며,
정(貞)은 사당과 제례를 통해 기억과 윤리를 계승하는 질서이다.
한옥은 자연과 인간, 삶과 기억, 현재와 과거가 서로 연결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러한 원형
이정의 구조를 통해 한옥을 해석한다. 집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 사랑채와 대청이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 부엌과 곳간에 담긴 생활의 지혜, 그리고 사당과 제례를 통해 이어지는 기억
과 윤리가 모두 원형이정의 질서 속에서 읽힌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들은 단순한 건축 기록이 아니다. 세월을 견딘 기둥과 마루, 빛과
그림자, 반복된 노동과 의례의 흔적을 담아내며 한옥에 축적된 시간의 깊이를 보여준다. 특히
안동을 비롯한 영남 지역의 종택과 서원, 그리고 오늘날에도 삶이 이어지는 한옥의 풍경은 한
국 전통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한옥을 기록하며 건축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시
간을 바라보아 왔다. 덤벙주초 위에 그랭이질로 세워진 기둥, 윤이 밴 마루, 계절에 따라 바람
이 흐르는 대청, 제례를 준비하는 부엌의 풍경까지. 그 모든 것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남긴 흔적이다.
이동춘 작가는 “한옥은 남아 있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스스로를 갱신하며 살아 있는 구조”
라며 “이번 전시가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
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읽는, 한옥》은 사진을 통해 한옥의 외형뿐 아니라 그 안에 스며 있
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의 윤리를 함께 조망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