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2021 서울특별시>
2022.06.16 ~ 2022.06.29
임재천

■ 전시 기획의도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2015년 제주도 전시를 필두로 이후 강원도와 부산광역시, 전라도를 거쳐 어느덧 다섯 번째에 이른 <50+1, 2021 서울특별시> 임재천 사진전을 선보입니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사진노동자 임재천이 발견하고 기록한 서울특별시의 지난 1년과 그 속에 담긴 여러 삶의 풍경을 50명의 후원자들이 고른 50점의 사진과 더불어 펼쳐 보이는 조금은 특별한 사진전입니다.  


<50+1> 프로젝트는 사진노동자 임재천과 50명의 후원자들이 이루는 협업을 일컫습니다. 임재천에게 각각 1백만 원씩을 후원해 줄 50명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성원되면 그때로부터 임재천은 후원금을 받아 한국의 6개 도와 3개 시 중 한 곳을 정해 1개월마다 10일씩, 1년 120일에 걸쳐 사진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후 후원자들은 임재천이 고른 150장의 A컷 중에서 신청한 순번대로, 소장하고 싶은 1점의 사진을 선택하게 되며, 이 50점의 사진들로 전시를 합니다. 2주일에 걸친 전시가 완료되면 해당 사진을 전시되었던 액자와 더불어 1/9번의 에디션으로 50명의 후원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해당 프로젝트가 완료됩니다. 


즉, 임재천은 후원금을 통해 최소한의 가족 부양을 하는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1년 동안 촬영에 전력하게 되며, 후원자들은 임재천에게 경제적 후원과 동기부여를 주는 동시에 향후 전시 사진 셀렉트를 책임지는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이자 일반대중과 사진가의 협업이 50+1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50+1>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6개 도와 3개 시를 400명의 후원자와 함께 8차례에 걸쳐 사진으로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충청도와 경상도, 경기/인천까지 모든 프로젝트를 완결하게 된다면 80년 중반 <뿌리 깊은 나무>에서 펴낸 「한국의 발견」11권 전집을 잇는, 총 8권의 「한국의 발견」 시리즈 사진집이 완성될 것입니다.  


참고로 눈빛출판사의 「한국의 발견」 시리즈는 지금까지 제주도, 강원도, 부산광역시, 전라도 편이 발간되었으며 오는 9월경에 서울특별시 편이 출간될 예정에 있습니다.     


끝으로 6번째 <50+1> 프로젝트 대상지는 충청도입니다. 2023년 2월 28일부터 한 달간 페이스북에서 후원자 모집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전업 사진노동자가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기업 등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SNS를 통한 일반인들의 후원에 힘입어 사진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기적의 연속이자 꿈의 실현이라 할 수 있는 <50+1> 프로젝트. 그 다섯 번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 작가약력


임재천(任在天)은 경북 의성 탑리 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사라지고 변해 가는 한국 풍경의 기록에 무게를 두고,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촬영해 오고 있다.  


초대전 <한국의 재발견>(2016, 희수), 개인전 <제주도>(2015), <강원도>(2016), <부산광역시>(2017), <전라도>(2019)를 스페이스22에서 개최하였고, 특별전 <낙동강>(2008, 국립김해박물관)을 가진 바 있다.  


사진집으로는 모두 눈빛출판사에 발간한 「한국의 재발견」(2013), 「소양호 속 품걸리」(2014),「한국의 발견 01-제주도」(2015), 「한국의 발견 02-강원도」(2016), 「한국의 발견 03-부산광역시」(2017), 「한국의 발견 04-전라도」(2019)가 있다. 이와 함께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2008, 문학동네) 외에 공저가 여러 권 있다. 


_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docujay

_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31izCPF9yEQ9SCUBYS_DoQ



■ 작가의 말


나는 춘천에 살고 있다. 때문에 종종 만나게 되는 서울 사람들에게 전체 면적으로 따졌을 때 서울과 춘천 중 어느 도시가 더 넓다고 생각하는지 묻곤 했다. 열이면 아홉이 그래도 서울이 대한민국 최대 도시인데 강원도 소도시인 춘천보다야 더 넓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결론부터 예기하자면 춘천이 서울보다 두 배가량 더 넓다. 서울은 605.02 제곱킬로미터인 반면 춘천은 1,116.83 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2022년 1월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는 950만 명이고 춘천은 2022년 4월 기준 29만 명에 조금 못 미친다. 이 말인즉슨, 춘천 인구의 33배가 넘는 사람들이 춘천시 면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서울 땅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면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직선화된 고층 건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지난 1년 동안 돌아본 서울은 온 천지가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25개 자치구, 467개 법정동으로 이뤄진 서울의 길을 120일에 걸쳐 1천5백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걸으며 느꼈던 여러 면면 중에서 다소 이채롭기까지 했던 것이 어디에서도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2021년 4월 5일 <50+1, 2021 서울특별시> 프로젝트 첫 촬영을 위해 춘천에서 청량리로 향하는 ITX 열차에 올랐다. 중랑역을 지나 회기역에 다다를 때쯤 우연히 차창 너머로 보였던 이문동 재개발 현장을 이후 3차례에 걸쳐 찾아갔다. 흔히 적벽돌 빌라로 불리는 수많은 주택들과 오래된 상업 시설들이 포크레인 삽날에 산산이 부서져 시나브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숱한 삶들과 그네들의 인생 역정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지형까지 바뀌면 그곳엔 우후죽순처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참이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살을 섞으며 삶을 살아가는 공간을 '집'이라 부른다. 더 이상 사람의 체취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공간은 '빈집', 말 그대로 '空間'이 된다. 숨 쉬는 동안만 일개의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우리는 그 공간을 지배하는 동시에 때론 일부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존재란 시간 위에 세워진 '빈집'이다. 그 집은 공고하지도 않고 허술하지도 않다.


비록 낡고 색 바랜 천장이며 벽을 두고 살았을망정 그 공간 속에서 한때는 사랑이 싹트고 행복과 불행이 점철되기도 하며, 또 기쁨과 슬픔이 교착되는 끈끈한 가족의 삶이, 인간의 삶이 그 곳에 있었으리라. 존재가 사라지고 난 뒤의 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빛을 잃어가고, 어느 순간에 이르러선 변색된 벽과 더불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홀연히 해체된 뒤 거대하고 좀 더 복잡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이 세상은 온통 비어있다. 쉴 사이 없이 공간을 헤집으며 존재하고자 애쓰는 것들의 세상.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 동안 내가 바라보았던 서울은 ‘빈집’들로 가득한, 끊임없이 수직으로만 솟아나는 마천루의 세상으로 급격히 변모하는 중에 있었다. 


여정은 그 자체로 보상이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서울 촬영을 통해 사진의 결과물과는 별개로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서울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인간미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청량리, 경동, 가락, 영등포, 대신, 역촌중앙 등의 크고 작은 시장들. 1년 365일 그 자리에 놓인 평상 위에서 이웃들과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로 따스한 풍경이 피어나던 창신동 채석장 마을과 차디찬 쇳밥을 먹으면서도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한 을지로 공업사 골목이 그러한 곳들이다. 


서울을 촬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지금까지 다녔던 지역들과는 달리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가 무척 어려웠다는 점이다. 특히 강북보다는 강남지역이 그러했는데,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도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끊임없는 재개발과 과밀한 인구로 인해 공동체성이 사라지고 개인의 권리가 중시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떤 날은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하는 것 외엔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걷기도 했다. 때문에 촬영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마스크와 침묵에 갇혀 허덕일 때도 있었지만 동행을 자처해준 고마운 분들이 계셔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끝으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을 촬영하는 동안 만났던,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나눴던 모든 사람들에게 그립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이만 작가의 말을 줄인다.  


                                                                                                        2022년 6월

                                                                                                        임재천 


 

*50+1, 2021 서울특별시 프로젝트 후원자 (가나다 순)


강민주, 권경익, 권대우, 김기현, 김대봉, 김선형, 김영록, 김윤섭, 김재석, 김지홍,


김철회, 박미영, 박병란, 박선영, 배형준, 백중기, 서범구, 석정훈, 송일석, 안성욱,


안소요, 안소평, 오동균, 오재우, 우성문, 윤유경, 이동진, 이상구, 이완재, 이원형,


이인표, 이정숙, 이제국, 이현숙, 임기완, 임영주, 임창무, 장만동, 정진호, 최돈선,


최영귀, 최영기, 최진철, 하종완, 한지혜, 허  진, 홍성희, 홍주희, 황종환, 황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