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개요
<나쁜 새로운 날들 : 열정과 냉정사이에서>는 스페이스22 개관 5주년을 기념하며 동시대 예술에서 다른 사진의 길을 걷는 양승우와 백승우,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삭제되었더거나 추방되었던 기억을 복원하고 발굴하는 것은 기억의 폭력에 대한 싸움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도 과거가 있었다며 흐뭇하게 자족한 채 기억의 폭력을 잊는 짓이 된다. “좋았던 과거의 것들이 아니라 나쁜 오늘의 것들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는 벤야민과의 대화를 통해 알려진 유명한 경구이다. 「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 서동진, p.19
‘사진의 잠재적 가능성은 무엇인가? 기억의 이미지로서 사진은 여전히 유효한가?’ 본 전시에는 시간-역사-기억의 이미지로서 갖는 사진들을 중심으로 사진가와 예술가 간의 미학적 작품세계를 들춰본다. 사진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반복적으로 어떤 의미를 정박시키는 아카이브라고 말하는 백승우. 친구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기억하기 위해,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시작하고 일상의 바깥과 밑바닥 삶을 날 것 그대로 기록하는 양승우. 이 둘의 출발점은 한국이란 땅에서 이후, 영국과 일본으로 사진의 길을 밟으며 갈라진다. 그리고 그들의 사진의 온도차이는 35도에서 37.5도 사이 즈음에 있다.
양승우의 <청춘길일>은 냉소와 무시, 거부감을 동반한 한국 사회에 치부를 들어낸 현실이란 우물에서 직접 끌어올린 나쁜 기억들이다. 그의 카메라는 시대의 외상인 우리의 민낯을 관통하고 그 덕분일까. 관객은 미열을 느끼며 눈을 가린다. 반면에 광주 역사적 건물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백승우의 <A Mnemonic System> 기억법이란 시리즈는 ‘과거를 회생시킬 수 없는’ 사진의 반기억을 지적한다. “기억은 망각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어떠한 사실이라도 어떤 의미를 생산하느냐에 따라서 망각이 아닌 기억과 역사가 된다.”고 말이다.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사진 자료’는 객관화된 사실이자 레트로 감성의 회상거리가 되버리고 그의 “사진은 역사적 시간의 빈자”로서 살아가는 우리를 비춘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 언어화 될 수 있다면, 사진이 감각화 될 수 있다면, 사진이 기억되고 예술적 실천가로서 온전히 가능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았던 과거의 것들이 아니라 나쁜 오늘의 것들을” 직시하는 것에서 비로서 가능하지 않은가 되묻는다. 이는 ‘승우’라는 이름의 동명이인을 통해 한국의 사진-기억-역사를 비춰보고 질문하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는 자가 아닌 사진을 보는 자의 태도에 관한 회답이기도 하다.
기획 김정은 (이안북스 발행인이자 IANN 편집장)
(본 전시 제목은 할 포스터Hal Foster의 『나쁜 새로운 날들Bad New Days』에서 차용하였음을 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