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종은 기존의 재현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사진의 절차를 벗어나, 아주 작은 전자부품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단순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의도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윤한종은 엔지니어이자 기업가로서 30년 넘게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카메라와 렌즈, 조명을 이용하여 ‘전자부품 자동검사장치’를 개발하여 국내외에 판매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이 장치를 이용하여 촬영한 약 800만개의 전자부품 이미지를 활용하여 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기술적 혜택이 그냥 주어진 듯 당연히 누리고 있지만, 이것은 누군가의 창의적 상상력과 끊임없는 도전,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루어지는 결과이다.
그 누군가는 사업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많은 글로벌 혁신가들의 활동은 매우 의미가 있다.
본 연작 ‘리더스: 혁신기업가의 초상(Leaders: The Portrait of Global Innovative Entrepreneurs)’는 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고,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한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기 위한 작업이다.
본 연작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로벌 혁신기업가의 이미지를 찾아 작가 고유의 제작방법론으로 재해석하여 완성하였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시도로 보인다.
2. 작가노트
리더스_혁신기업가의 초상
작가는 35년 동안 엔지니어이자 기업가로 활동해 왔다. 사진활동을 시작하면서 늘 하고 싶은 작업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이’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특히 한국의 기업가들이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업적에 비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그들을 조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110인의 기업가를 대상으로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길을 개척한 그들에 대한 감사와 위로의 표현으로 2024년에 <리더스 _기업가의 초상>라는 연작을 발표했다.
이번 연작은 그 연장선에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로써 인류의 삶을 바꾼 그들에게 주목했다. 그들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무수한 실패와 고민 끝에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교통, 기계, 석유등 기존의 산업에서부터 스마트폰, 인터넷, 인공지능 등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편의는 그들의 헌신과 혁신으로 가능했다. 나는 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
작품 제작 방법은 전작과 동일하다.
약 800만 장에 이르는 개별 이미지는 작가가 직접 개발하고 판매한 ‘전자부품자동검사장치’로 촬영한 전자부품 이미지이며,
각 작품은 대상을 구성하는 픽셀에 대응하는 전자부품 크기의 종횡비에 따라 약 25,900~36,573개의 개별 이미지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인간의 실수, 실패, 내면의 상처를 상징하기 위해 전자부품에 화학약품을 사용해 임의로 표면을 변형시키고, 장치의 조명색채와 밝기를 단계별로 적용하여 다양한 모습의 개별 이미지로 촬영하였다.
특히 이번 연작에서는 각 혁신기업가의 상징과 그가 이끈 기업의 이미지를 반영하여 대상마다 고유한 색상을 부여했다.
대상의 선정은 우리 삶의 편리에 기여함을 생각하여 전적으로 작가의 주관에 따라 정했다.
이번 연작 활동을 하면서 혁신이란 ’단지 기술적 성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치열한 사유와 선택, 그리고 고통이 깃든 여정’이며,
우리가 누리는 문명적 혜택들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창의적 상상력과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집요한 실행력의 결과임을 다시금 절감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하여, 또 그 다음세대를 위하여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 지를 함께 생각해보기를 소망한다.